080906 l 끗

September 6, 2008

논문을 제출하고, 우리들끼리 작은 프레젠테이션도 끝나고, 비 바람 심하게 부는 '인디안 썸머'를 즐기고 있다. 방안 구석에는 반액 세일로 한 5개들이 도넛 봉투와 텅빈 물통, 벤야민 전집, 빌려온 소설책, 떠넘겨진 하드디스크가 굴러다니고, 열흘간 쉴새없이 마셔온 술의 여파로 머리는 조금 부시시한 편.

모험이 일단락됬다. 보물은 찾은걸까?

3월의 어느틈엔가 손바닥 만한 종이장에 뻔한 질문을 적어놓고 커피를 마셨던 적이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끝나면 나는 어떤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한 모금에 하나씩의 새로운 답을 적어내려갔었는데, 정작 지금, 그 질문의 답을 살고 있는 나의 표정은 그때의 드라마틱한 답안들과는 사뭇 다른 듯. 나는 (당연히) 눈물 흘리지도 않았고, (의외로) 후련해하지도 못했다. (심지어) 섭섭해하지도 않았는데, (그렇다고) 아무일이 없는 것 같지는 않다. 그냥 뭔가 흐릿할 뿐이다.

미래는 가늠할 수 없이 뿌옇고 또한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