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Kind Rewind
March 4, 2008
"이터널 선샤인"은 몇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제가 본 영화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 작품입니다. '수면의 과학'은 그에 미치지는 못하였지만, 역시 흥미로웠던 것으로 기억되네요. 친구 두 명은 '수면의 과학'을 본 뒤 제게 각각 "내가 평소에 꿈꾸던 것 하고 너무 똑같았어.", "어떻게 영화를, 그렇게자기 마음데로 만들 수가 있냐!"라고 말하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가진 상상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빈곤한 것인지 깨닳았죠. 공통점이 있다면,저희 셋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럼으로) 공드리를 좋아했다는 점입니다.
좋아하는 감독에게 '기대'가 걸린다는 것 - 창작자들은 부담스러워하거나, 혹은 고개를 돌리려고 하고, 때때로는 화를 내려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의 작품에 매달려 그 의미에서 '즐거움'을 찾는 저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겐 당연한 이야기일런지도 모릅니다. 미셸 공드리라는 이름의 창작자의 작품에서 주로 기대되는 것은 '상상력'일 것입니다. 그의 영화(혹은 뮤직비디오, 광고)들은 시간과 공간이 마구 엉켜있기 일수죠. 그는, 시치미를 뚝 뗀 채, 마치 꿈과 같은 것들을 당연하다는 듯이 '현실'로 집어 던집니다. '꿈'과 '현실'의 경계는 매우 모호해지죠. 그의 작품들을 볼때면, 그래서인지 항상 '낭만적'이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Be Kind Rewind'. 극장에서 보았습니다. 'No Country for Old Man'을 볼 때 발견한 대형 포스터에는 잭 블랙(!)과 모스 뎁(!)이 정말 말도안되는 복장을 하고 서 있었는데요. 설레더라고요. TV에서 방영되는 예고편도, 그 기대를 배신하진 않더군요. '기대'라는 것이 살아났습니다. 뭔가 엄청난게 또 하나 나올것이라는 기분이 있었죠. 그리고, (지난주) 월요일 수업이 끝나고 버스를 타고 가서 5명뿐이었던 관객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영화는.
영화는 뭐랄까요. 여러가지 생각이 나게 하더군요.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잭 블랙이 러시아워의 성룡 흉낼 낼때는, 그 악센트 같은거, 뒤집어졌죠. 그러고는 흘러흘러 영화 끝. 제가 전에 보았던 공드리의 2개의 영화와 몇개의 뮤직비디오에서 보던, 그런 '얽힌 현실', '꿈'같은 것들은, 사실 강하진 않더군요. 거기까지가 극장에서 나올 때의 제 생각입니다. 나쁘진 않았지만, 공드리의 것 답지 않았음. 어딘지 모르게.
무엇이 공드리로하여금 저 기발한 발상의 영화를, 그런식 - 흡사 디즈니의 무엇을 보는 것 처럼 마무리짓게 한 것일까요. 기대치가 너무 컸던 것일까? 하고 생각을 하다가, 경전철(DLR)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모든게, 그러니까 저 '헐리우드 엔딩'이, 혹시 공드리가 말하고자 하는 '환상'이 아닐까. 이 영화는 그의 '지독한 역설이자 독설'이 아닐까. 하고 말이죠. 문득 조금 씁쓸해 졌습니다. 혹시 공드리가 말하고자 하는 건, '해피앤딩'이 '거짓말'임을 스스로 보이고자 한 것이 아닐까요? 팬으로서의 저와 관객의로서의 저는 서로 이렇게 갈려 그 경전철 안에서 서로를 공격해봤습니다. '분명히 헐리우드 스튜디오-자본따위가 강요한 걸꺼야.' / '아니, 그 정도로 영향력이 약하진 않을껄? 어쩌면 그냥 그런식으로 영화가 끝나기를 그도 믿고 싶었는지 모르지.' 물론 전철에서 내려서는 사이좋게 우유와 치즈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갔지만.
아마 '어떻게 영화를 저렇게 제 멋대로 만들수 있냐?'라는 말은, 많이 나올거 같진 않군요. 하지만 '영화'속의 '영화(들)'은 분명히 환상적입니다. 환상이 이루어내는 '꿈'은, 여전히 공드리의 '작품'들을 꿰고있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