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진 l 학수고대했던 날
May 25, 2008
- 백현진을 안건 10년전이다. 고등학교 1학년때 노원 신세계 마지막층에 있던 레코드가게에서 손발이 묶인 트위스트김이 찍혀있는 '손익분기점'을 보았다. 5년이 지나, 사모해마지 않던 이상은씨의 어느 조촐한 공연에서 나는 그가 철사로된 옷걸이를 마이크대에 꽂아넣으려고 '으라럇'-기합을 몇번씩이나 넣어가는 것을 직접 보고 있었다. 성공적으로 옷걸이를 건 뒤, 그는 장영규와 함께, 물론 그 당시에도 유명했던 '사각의 진혼곡'을 불렀다. 조촐한 공연에 어울리지 않는 '으라럇'한 공연이었는데, 날뛰면서도 몇장을 찍었던 사진은 사진기의 탓이 반, 그리고 사진사의 미숙이 반으로 별 소득이 없었다.
- 그날부터 지금까지도, 나는, 간혹 쌈지 발행 잡지에 실리던 그의 스케치들을, 노래라기 보단 절규에 가까운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이 만들어내는 절절함을, 심지어는 도대체 이자가 어떻게옷걸이를 마이크대에 구겨붙일 수 있었는지 조차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좋아해왔다. 이상은이 동경의, 남상아가 호기심과 갈망의 뒤범벅으로 여겨지던 그 시절에, 강산에처럼 살고 싶었던 그 시절부터 말이다. 그는 쭈욱 불가능한 영역에서 어느순간 내 뒤통수를 쳐대곤 했다. 눈앞에 보이는 동경이나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먹구름 하나 없는 하늘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뒤통수를 쳐댔다. 머리를 비비며 뒤돌아보면 왠지 무표정한, 하지만 장난기 어린 눈꼬리를 가졌을 것 같기도 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그가 부럽다. 하지만 이 경탄은, 앞서 말한 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의미이다. 그것은 내 스스로가 될 수 없는 영역에 속해있는 자에게 보내는 눈길이었다. 강산에의 인생은 노력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어느정도 이룰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백현진의 그것은 나로써는 감이 안 잡히기 때문이다. 이상은은 유치해졌고, 남상아는 숨었지만, 백현진은 아직도 짐작이 불가능한 어느곳에서 소나기를 뿌려대고 있기 때문이다.
- 박찬욱이 이자를 천재라고 말했다고 한다. 쉽게 붙이는 단어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안다. 그리고 또한, 한 사람을 '천재'로 부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그를 천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안다. 앨범을 듣고 싶다. 올해가 가기 전까지 절판만 되지 않길-. 그 바람을 간절하게 만들 정도로, 노래가 좋다. 어쩌면, 그는 정말 천재의 일종인지도 모르겠다. 근접한 듯 보이는 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