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526 (2)
May 26, 2009
예수에 관한 가장 흔한 오해 가운데 하나는 예수가 무조건적인 용서를 설파했다는 것이다. '오른뺨을 때리면 왼뺨도 갖다 대라'는 그의 말(마태 5:39)은 불의와 폭력에 대한 무기력한 순응을 강요하는 데 활용되어 온 가장 유명한 경구다. 그러나 오늘 좀더 섬세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예수의 이 경구가 오히려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아챈다. 사람은 대개 오른손잡이다. 오른손은 '바른손'이며 고대사회에선 더욱 그랬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뺨을 때린다는 건 오른손으로 상대의 왼뺨을 떄리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는 "오른뺨을 때리면"이라고 했다. 손바닥이 아니라 손등으로 때렸다는 말이다. 손등으로 뺨을 떄리는 행위는 당시 유다 사회에서 하찮은 상대를 모욕할 때 사용되곤 했다. 그렇게 모욕당한 사람에게 예수는 '왼뺨도 갖다 대라'고 말한다. '나는 너와 다름없는 존엄한 인간이다. 자, 다시 제대로 때려라.'하고 조용히 외치라는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용서하고 순응하라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단호하게 저항하라, 불복종을 선언하라는 것이다."- 김규항, 예수전 (2009)
p. 187-8
- '화제'의 신간 예수전의 일부분에서. 실상 다 읽고 나면 여러가지 생각이 들 수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위의 부분을 읽고 당신이 보일 반응과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당신이 얻어갈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역시 (혹은, 사실은) 예수의 의미는 그것이었구나. 라고 느낀다면, 책을 덮은 뒤에 그것이 남을 것이다. 또는, 무슨 말이람, 좀 확대된거 아닌가? 라고 말한다면, 책을 덮은 뒤 역시 그 생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이 수많은 '나의 예수전'으로 거듭나길 소망한다.'고 적은 것은 이런 다양한 가능성의 의미에서 유효하다.
아쉬운 것은 그 뿐이라는 것이다. 책장을 덮었을 때 당신이 '싱거움'을 느낀다면, 작가의 목소리가 확신을 결여한 무언가를 설득할 뿐이라는 점에 있다. 그로부터 다른 무언가가, 가령 소위 '부활'이라는 것이 시작한다면 그로써 의미가 있겠지만, 불행히도 세상은 어떤 표정을 짓고 살아가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채워져 있는데, 그들에겐 막연할 말들 뿐이이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차라리) 나는 그가 'B급 좌파'였을 때가 조금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