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Vincent l Just The Same But Brand New

October 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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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Vincent : Actor (2009)
10. Just The Same But Brand New

- So I walked away
   All perfumed

  Felt just the same
  But brand new

이 글을 쓰기 직전 눈 내린 제주도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나는 택시 기사분에게 제주에서 가장 멋진 오름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분은 다른 사람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자기에겐 세상에서 제일 멋진 자기만의 오름이 있다고 했다. 그 오름의 이름은 물영아리였다. 어느 해 그분은 오름에 산책을 갔다가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노루를 발견했는데 그 장면을 목격한 등산객들이 손에 손을 잡고 인간 띠를 만들어 노루를 구해냈기 때문에 그 뒤로 그 오름은 잊을 수 없는 곳이 되었다고 했다. 노루를 구해냈을 때 노루를 안아줘야만 했는데 그때 노루의 뛰는 가슴을 자기의 심장에 대고 있었던 촉감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내가 물영아리에 갔을 때 오름엔 얼음만이 두텁게 쌓여 있었다. 그래도 나는 어느 해 늪에 빠진 노루가 수초 사이에서 허우적대면서 놀란 눈동자로 불안하게 고개를 흔드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건 라블레의 유토피아 소설 <팡타그뤼엘>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어느 날 팡타그뤼엘 일행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바다 한복판에서 이상한 말소리를 듣게 된다. 사정을 알고 보니 빙하가 있는 그곳에서 지난 초겨울에 큰 전투가 벌어졌고 전투 당시의 말울음 소리와 소음이 공중에 얼어붙어 있다가 따뜻한 봄이 오자 눈처럼 녹아서 들려왔던 것이다.

- 정혜윤, 런던을 속삭여줄께, <프롤로그: 여행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 p.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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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속삭여 줄게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정혜윤 (푸른숲,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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