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29 l 돌아본 거다.
March 28, 2010
돌아본 거다. 소위 말하는 (양 손의 검지와 중지를 살짝 구부리며) '의미'를 찾고 싶었다.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길을 걸어 왔는지, 왜 여기에 있는지. 내가 누구라고 말하는 당신은 누구이며,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는 또 누구인지, 알고 싶었으니까. 무척이나. 내가 기억하는 나는 21세기의 이력서 취미란에 꿋꿋하게 독서라고 적는 사람, 그러니까 칼빈 한 자루를 들고 생화학전에 뛰어드는 사람이었다. 다른 방법은 알지 못했으니까.그래서 나는 책을 가지고 직업을, 가족을, 뻑킹 빅 텔레비전을, 세탁기를, 미래를 그러니까 인생을 선택하려 한 모양이다. 그게 될 리가 있나. 무엇보다 MD라는 직업은 책을 '파는' 직업이었으니까. 대개 책이란 읽으라고, 꽂아 놓으라고, 그것도 아니라면 다운 받으라고 있는 것이었다. 베고 자거나 사람을 때릴 수는 있다. 하지만 팔라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한텐 그랬다. 귄터 쿠네르트의 말처럼 나는
그 길의 막장에서 발버둥치고 있었던 거다. 책을 읽는 것과 파는 것 사이에는 어떤 논리적인 인과관계도 성립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 길에서 책을 파는 길로 방향을 튼 것은 '나'였고, 그 길을 벗어나는 것 역시 '나'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때야 알았다. 놀랄 일은 아니었다. 나는 언제나 뒤늦게 알곤 하니까. 대부분의 것들을 1년 6개월이 지나, 할인판매에 들어갈 때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다.
- 알라딘 전(前) 인문MD, <a href="http://blog.aladdin.co.kr/pop/3571894" title="[http://blog.aladdin.co.kr/pop/3571894]로 이동합니다." target="_blank">'인생막장 혹은 어느 주변인의 고백 #3 - 안녕, 그리고 물고기는 고마웠어요'
- 이 분과는 언젠가 술 한잔 하고 싶다. "이번에도, 저보다 앞서셨군요." (비록 한번도 본 일은 없지만) 선배는 위대하다.
- 누군가 나에게 같은 질문을 늘어놓는다면 나는 조금 더 편리한 방법인 Cut & Paste로 설명하려고 했었다.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의 1행부터 23행까지.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 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 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 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 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 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 에 손깍지 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새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 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 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 반드시 여기서 멈춰야 한다. "소위 말하는 (양 손의 검지와 중지를 살짝 구부리며) '의미'"를 위해서는 그렇다.
- 한 달째, 책을 챙기고 있다. 시간은 더디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