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503 l 인간

May 2, 2010

  에스트라공은 힘을 다해서 마침내 구두를 잡아뺀다. 구두 속을 들어다보고 손으로 더듬어보고, 뒤집어보고, 흔들어보고, 혹시 땅바닥에 떨어진 게 없나 살펴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멍청한 눈으로 구두 속에 손을 넣어본다.

   블라디미르 어떻게 됬어?
   에스트라공 아무것도 없다.
   블라디미르 어디 봐.
   에스트라공 볼 게 아무것도 없다니까.
   블라디미르 그럼 다시 신어봐.
   에스트라공 (발을 살펴보고 나서) 발에 바람을 좀 쐬야겠다.
   블라디미르 제 발이 잘못됐는데도 구두 탓만 하니. 그게 바로 인간이라고.

-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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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세계문학전집 43)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사뮈엘 베케트 (민음사,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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