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514 l 직장을 그만두고 일주일

May 13, 2010

직장을 그만두었다.

결정을 내린건 자꾸 과거를 되뇌이는 사람이 되어가는 스스로를 알게 되고서이다. 나는 그런사람만큼은 되고 싶지 않았다. '내일'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모험가'가 되고 싶었다. 아니면 아주 '오래된 어제'를 발견하는 '탐험가'가 되고 싶었다. 어제의 매출이 블라블라. 이유는 이러저러 블라블라. 반대리님 이것좀 블라블라. 심지어 대리도 아닌 나는, 지겨웠다. 지겹다 못해 비루해져, 주변에 '몇 년전의 나'에 대한 이야기들을 흘리고 다니는 일이 많아졌었다. 그 시절들은 처벅처벅한 점액질의 무엇이 되어 대낮의 까페에서, 밤의 언저리 술자리에서, 또로롱소리도 들리지 않는 사무실 메신저 속 에서, 스스로도 멋적어 조금은 뜸을 들이고야 마는, 진짜 있었던 일로만 구성된 반쯤은 거짓말들이 되어 버렸다. 

회사에서의 이내 눈치를 챘고, '우리'로써의 나와 그들은 대번에 어색해졌다. 술을 마시며, 옥상에서,  또 몇몇은 은밀한 메신져로 나에게 부럽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말들을 동료들은 얼굴을 붉히며, 땅바닥에 담배재를 탁 털며, 마치 씹어 내밷듣 해내곤, 이내 화제는 펀드와 주가, 작년에 장가/시집간 누구,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잘나가는 친척들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기 일 수. 결국 나 못지 않게 그들 역시 '말'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즈음, 정말로 더이상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왔다. 

지난 일년간 내가 가장 깊이 몸속으로 세겨놓은 무언가는 '네네'라는 대답에 그 뿌리를 박고 있다.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가보죠' '그렇담 어쩔 수 없죠' 등 여러가지 의미로 번역될 수 있는 이 무심한 말들이 점점 하얗게 말라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당장에 12시에서 3시로 옮겨져 간 취침시간. 거리에서, 간만에 찾아간 학교에서, 술자리가 끝나고 계산대 앞에서, 요즘 힘들어 죽을거 같다는 후배 앞. '네네'의 그들과 '...'의 나는 간극을 발견한다. 선명한 하얀색으로 죽어가는, 지난 1년간의 '네네'의 모습에 어색하고, 어색함에 문득 조금 두렵고, 두려움에 문득 어디로 닿아야 할지 모르는 알 수 없는 연민을 느낀다. '...'을 유지할 수 있을 뿐이다.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어느 순간 과거는 어느덧 또 다른 유령으로 내일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