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605 l 반역자와 범법자

June 5, 2010

크레온 : (중략) 누가 월권하여 법을 짓밟고
             자신의 통치자들에게 명령하려 든다면,
             나는 결코 그런 자를 칭찬할 수 없다.
             도시가 임명한 자가 명령하면 크고 작고,
             옳고 그르고를 떠나 반드시 복종해야 한다.
             (중략)
하이몬 : 옳지 않은 것은 배우지 마세요. 제가 아직
            젊다면 제 나이가 아니라 제 행위를 보세요.
크레온 : 그 행위란 반역자들을 존중하는 것이냐?
하이몬 : 저는 범법자들을 존중하라고 권하지는 않아요.
크레온 : 그녀가 범법자가 아니란 말이냐?
하이몬 : 테바이 백성들이 하나같이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어요.
크레온 : 내가 어떻게 통치해야 하는지 백성들이 지시해야 하나?
하이몬 : 거 보세요. 이제는 아버지께서 애송이처럼 말씀하시네요.
크레온 : 이 나라를 내가 아닌 남의 뜻에 따라 다스려야 한다고?
하이몬 : 한 사람만의 국가는 국가가 아니지요.
크레온 : 국가를 통치하는 자가 곧 국가의 임자가 아니란 말이냐?
하이몬 : 사막에서라면 멋있게 독재하실 수 있겠지요.
크레온 : (코로스장에게) 보아하니, 이 애는 여자들 편인 것 같소이다.

- 소포클레스 '안티고네' (660행)
   in 그리스 비극 걸작선, p. 268~

Media_httpbookdaumimg_jvoei
그리스 비극 걸작선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지은이 아이스퀼로스 (숲, 2010년)
상세보기

- 하이몬의 반역자범법자 사이의 구분에 주목. 크레온은 왕으로써 법-정립/법-수호의 권력으로 안티코네의 행위가 반역이자 위법이라고 정의내린다. 하지만 (그의 아들인) 하이몬에 따르면 안티고네의 행위는 반역일 지언정 위법은 아닌데 이는 법이 통치자 크레온의 판결이 아닌 외부에 근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하이몬이 이러한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테바이(테베)의 백성들"의 의견을 끌어온다는 것. 결국 하이몬은 크레온의 '실정법'에 맞서는 '자연법'을 주장하면서도, 자연법 스스로가 모호한 정의(백성들의 목소리)에 근거하고 있음을 밝히는 셈이다. 더우기 하이몬이 주장하는 이 법은 크레온의 법-정립/법-수호 권력을 훨씬 능가하는, 무조건적인, '신의 권력'이다.

테바이(테베)의 백성들의 의견에는 과연 안티고네 개인적인 불행을 딱해하는 감정적인 요소는 없었을까? 그것은 사건 이전에 선취된 정의 인가 후일 획득한 정당화된 정의인가? 왜 이러한 말들이 테베의 백성들에 의한것이 아니라 (왕자인) 하이몬에 의해 옮겨지는가? 그리고 왜 정의는 크레온이 아닌 하이몬의 죽음으로써 이루어지게 되는가? 민주주의의 구성과 '새로운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혁명들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거리 들을 던지는 대목이다.

- "(코로스장에게) 보아하니, 이 애는 여자들 편인 것 같소이다." 역시 의미심장하다. 여자는 안티고네가 될 지언정, 여자들이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