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015 l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이야기

October 14, 2010

- 집 안에 있는 러시아산 와인을 드디어 오늘 열고 말았다. 어제 마신 이름모를 와인들로 아침에 얼굴은 퉁퉁 부었다. 편의점에서 산 와인들은 그리 믿을 것이 못된다는 건, 몇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이와는 별개로, 러시아 산 와인은 꽤나 보드카스럽다. 

근황이라 이를만 한 것들은 36개월 할부결재처럼 몇번이고 트위터를 통해서 쏟아놓고 있어서, 이를 빼고 나니 블로그에는 그리 할 말이 많이 남지 않는다. 당최 어떻게 글을 어떻게 써 오고 있었는지도 가물가물해져, 첫 문장은 존대말에서 반말로 갔다오는 와중에도 모두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빌어먹을 SNS 따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이야기: 두 번 일본엘 갔었다. 몇 통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 중 얼마간은 일부러였다. 몇 장의 중고앨범을 사고, 몇 권의 책을 팔아치웠다. 속초에도 갔다. 몸은 조금 더 안좋아졌었고, 지금은 술을 마시며 레너드 코헨을 듣고 있는 관계로 잘 모르겠다. 상가에 한 번 갔었고, 커피를 수백잔 정도를 마신 것 같다. 아 참, 어제는 떡볶이도 먹었다. 그간에 한 열번 정도는 먹은 거 같다. 커다란 아픔이나 거대한 행복따위는 없이, 그러니까 여지껏처럼, 그렇게 하루하루 해가 가고 달이 떴다. 가을이 왔나 싶었는데, 설악산에는 벌써 단풍이 깊게도 내려와 있었다. 영화를 단 한 편도 보지 못했다. 3장의 공연 티켓을 예매하였고, 어제는 피시만즈에 갔다. 20세부터 29세에 이르기까지 서울, 속초, 남도, 부산, 원주, 런던, 베를린, 리스본, 안달루시아, 파리, 베이징, 이르쿠츠크, 라싸, 카트만두, 자카르타를 나와 함께 관통했던 노래는 아마 그들과 웨이츠 아저씨 정도 뿐일 것.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무릎을 까딱거리며 손뼉을 쳤다. 와인 몇 방울이 흰 티셔츠에 튄 것 정도는 큰 일이 아니었다. 집에 돌아와 식초를 뿌리니 얼룩은 희미해졌다. 

하루하루는 안개를 걷는 기분이다. 어떤 것들은 순간 순간 갑자기 눈 앞으로 나타나고 다시 알 수 없는 어느 곳으로 사라지곤 한다. 지나가던 개가 물어가겠지. 빌어먹을 SNS 따위. 이 와인은 (정말일지) 보드카 맛이 난다. 벌써 2/3병이 비었는데, 아까워서 어쩐담. 

Media_httpmouthlessdo_kxuua

Leonard Cohen : Songs From the Road (2010)
10. Famous Blue Raincoat
11. Hallelujah

Leonard Cohen의 새 라이브앨범이 발매되었다.
이 시대의 진정한 허세남이라면 역시 가을엔 코헨. 
(사계절 통틀어서는 웨이츠형님이 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