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72013
August 17, 2013
새로운 집은 인접한 공원과 바로 연결되어 있는 2층 건물의 2층이다. 어제는 공원의 한켠에서는 8살정도 되어보이는 아이들이 어깨를 두배로 만든 보호구를 입고 미식축구를 연습하고 있었다. 낮이면 이 곳은 햇빛이 강해서 눈을 조금 찡그리고 다니게 되며, 습도는 낮고, 바람은 잦다. 온도는 20도 중반정도. 밤이면 조금 추워진다.
오늘은 몇 시간이고 걸었던가, 이 동네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버스조차 지나다니지 않는다. 아이는 칭얼거리다가도 행복해지고, 졸리다가도 이제 방금이라도 날아갈 것 처럼 두 팔을 휘젖는다. 집의 바닥은 마루가 아닌 카펫, 회색빛의 두꺼운 매트가 깔려있고, 부엌에는 세탁기 & 냉장고와 더불어 식기세척기가 딸려있다. 이 곳은 이 아이에게 어떠한 공간일까? 가구라곤 정사각형의 어둡고 높은 테이블, 그리고 매트리스, 아이의 요람과 작은 책장정도로 이렇다 할 것 없이 가벼운 부산물들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이 풍경속에 녹아들기 힘들다.
이사의 와중에 외장하드를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2005년부터 모아왔던 음악들과, 2005년부터 찍어왔던 사진들을 고스란히 잃어버리게 되었다. 나는 차라리 조금 겸허하고 두 손이라도 다소곳 모아야 할 것만 같은 기분에 빠졌고, 아내는 나를 추스리려고 무던 애를 썼다.
이제 8시. 어스름한 풍경 뒤로 차들이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저 옆집에도 누군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옆 방의 아이와 아내는 지금 거실의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 것은 아닐까? 내가 무엇을 두려워 하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차마 그리고 있지 못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