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것들은 보통 우리 발밑에서 은밀히 돌아다니게 마련이다.

April 25, 2017

이상한 것들은 보통 우리 발밑에서 은밀히 돌아다니게 마련이다. 하지만 위기가 닥치기만 하면 이들은 홍수라도 난 것처럼 곳곳에서 지상으로 올라와, 하수구 뚜껑을 들어올리고 지하실에 스며들며 급기야는 시가지를 침범한다. 야음夜陰의 존재가 난폭하게 백주대낮으로 밀려오는 것은 낮의 주민들에게 언제나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지하의 삶이, 뿌리 뽑을 수 없는 내부 저항이 드러난다. 사회를 위협하는 어떤 힘이 덮칠 기회를 노리며 웅크리고 있다가 사회의 긴장 상황을 틈타 잠입하는 것이다. 별안간 이 힘이 긴장을 가중시킨다. 그 힘은 사회의 장치와 통로를 이용하는데, 이때 이 장치와 통로는 어떤 ‘불안’을 위해 사용된다. 그리고 그것은 멀리서 오는 예기치 못한 불안이다. 그 힘은 울타리를 부수고 사회의 배수로를 범람하고 길을 뚫는다. 나중에 물이 빠지면 그 길 끝에는 다른 풍경, 다른 질서가 나타날 것이다.

미셸 드 세르토, 루뎅의 마귀들림, p.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