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February 12, 2019

나에게는 망상이 하나 있다.

어두운 밤이나 지하보도. 길을 걸어가다가 옆에서 갑자기 돌진한 자동차. 몸이 지면에서 튕겨져 나간다.

중학교 3학년 의정부에서 독서실과 집을 오가던 시기에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던 군인 아파트의 담벼락을 걸으면서 처음 그런 생각을 했으니 이제 벌써 20년이 넘었다. 지금도 종종. 이제는 자동차의 운전석에 앉아 있는 중에도 이런 망상에 사로잡히곤 한다. 지금 내 앞의 저 갈림길. 천천히 가는 나를 향해 빠른 속도로 차가 한 대쯤 뛰어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전에는 이러한 일을 상상하면서 체념어린 마음과 아마도 약간은 죽음 충동에서 유래한 희열을 느꼈던 반면, 이제는 아이의 눈을 가려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망상에서 빠져 나온다.

아이는 나의 삶의 닿 anchor인가? 내 삶의 행로의 변화는 아이가 요청한 것이 아닌데, 나는 무엇을 스스로 짊어지고자 하는가? 아이는 저 뒤에 앉아서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나에게 그런 헛되고 유치한 망상따위 집어 치우라고 요청 하지 않는다. 나를 가끔 바라볼 뿐이다.